광주교육청이 새겨야 할 역지사지의 교훈
광주교육청이 새겨야 할 역지사지의 교훈
  • 이병수 기자
  • 승인 2020.06.29 08: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영태 광주광역시 시민권익위원장

광주광역시 교육감 배우자의 선물수수건 및 시도 간 불공정한(?) 인사교류 건이 광주 교육청을 강타했다. 최근 이 사건과 관련된 3편의 글이 페이스북에 올라왔다.

첫 번째 글은 시중의 여론을 대변하듯 장휘국 교육감의 행위를 강하게 질타했다. 그동안 교육청이 교직원들에 대해 행한 과도한 징계에 견주어 전형적인 내로남불의 사례로 규정했다. 이 글에 대한 댓글들도 거의 전부 장 교육감을 비판한 내용으로 채워졌다.

두 번째 글은 첫 번째 글과는 결을 완전히 달리했다. 글쓴이는 교육감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언론이 오버하고 있다는 주장에 더 방점을 두었다. 댓글 몇 개는 아예 문제 제기 자체를 비판했다. 언론이 과장과 왜곡에 앞장서고 있다는 댓글도 있고,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라고 주장하는 댓글도 있다. 이게 장 교육감을 둘러싸고 있는 그룹들의 일반적 견해가 아니기를 바랄뿐이다.

세 번째 글은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대표 박고 형준 씨의 글이다. 박고 대표는 금품수수 건과 인사교류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만 하더라도 이 사안이 ‘단순히 정치인의 도덕성 문제’ 정도에서 정리될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런데 언론이 깊게 파고들면서 비리에 가까운 사안으로 확대되어 버렸고, 결과적으로 자신이 장 교육감과 광주교육을 주눅들게 만든 것 같아 힘들다고 고백했다. 그는 또 이 사건으로 인간관계가 망가져 버린 것 같아 괴롭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이렇게 힘들어하면서도 시민운동을 자신의 사명으로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글을 마무리지었다.

박고 대표의 글을 읽으면서 가슴이 찡했다. 젊은 운동가에게 너무 큰 짐이 지워진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어렵지만 이 상황을 꿋꿋하게 이겨낼 것 같다는 지점에서는 ‘보통 사람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행위로 인해 상처 입었을 상대방과 광주교육에 대한 염려의 마음을 피력하는 부분에서는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라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까지도 박고 대표를 훌륭한 시민운동가라고 생각했지만, 위의 글을 읽으면서 그 이상의 느낌을 받았다. 그는 성실하고, 용감하면서 동시에 따뜻한 마음의 시민운동가였다.

성실성과 용기, 그리고 따뜻한 마음은 행정 분야에서, 특히 징계의 칼자루를 쥔 사람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다. 잘못된 행위는 엄하게 다스려야 하며, 그런 점에서 징계권자에게는 용기가 필요하다. 다른 한편, 징계는 한 사람의 인생과 가정을 박살나게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절차와 판단에 매우 신중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매뉴얼만 내세우는 기계적 사유가 아니라 그 이상의 것도 함께 살피는 성실함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서 벌은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니고 잘못한 만큼만 부여해야 한다. 징계의 사유가 될 때는 징계하되, 가슴 속으로는 함께 아파하는 마음 씀씀이를 갖는다면 금상첨화이다.

나는 9개월 전 쓴 어느 칼럼에서 광주 교육청의 징계건을 다루었고, 칼럼 제목을 “과도한 징계는 폭력이다”라고 붙였다. 그 칼럼은 선거 후 2년 동안 내가 교육에 관해 행한 유일한 발언이었다. 선거 후 2년 동안은 일체 교육에 관한 발언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결심을 깨고 내가 그런 칼럼을 쓴 것은 그것이 단순히 교육에만 연관된 일이 아니라 인권의 문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교육청이 행한 몇 가지 징계는 과정과 결과 모두에서 일종의 폭력적 행위였으며, 민주와 인권의 도시 광주에서 결코 발생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나는 광주 교육청이 이번에 말썽이 난 선물 건과 인사 건에서 역지사지의 교훈을 찾기 바란다. 징계 과정에서 더 이상 선의의 희생자를 발생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남보다는 자기 스스로에게 더 엄한 잣대를 들이대는 행정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퍼스트뉴스를 응원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이 퍼스트뉴스에 큰 힘이 됩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본사주소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성대로16길 18 실버빌타운 503호
  • 전화번호 : 010-6866-9289
  • 등록번호 : 서울 아04093
  • 등록 게제일 : 2013.8.9
  • 광주본부주소 : 광주 광역시 북구 서하로213.3F(오치동947-17)
  • 대표전화 : 062-371-1400
  • 팩스 : 062-371-7100
  • 등록번호 : 광주 다 00257, 광주 아 00146
  • 법인명 : 주식회사 퍼스트미드어그룹
  • 제호 : 퍼스트뉴스 통신
  • 명예회장 : 이종걸
  • 회장 : 한진섭
  • 발행,편집인 : 박채수
  • 청소년보호책임자 : 대표 박채수
  • 김경은 변호사
  • 퍼스트뉴스 통신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퍼스트뉴스 통신.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irstnews@first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