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팬데믹 선언과 한일갈등의 변곡점
코로나19의 팬데믹 선언과 한일갈등의 변곡점
  • 장수익 기자
  • 승인 2020.03.26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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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코로나19와 한일갈등

지난 3월 11일 WHO가 결국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팬데믹’ 선언을 했다. 최근 2주 사이에 중국 외 지역에서 발생한 코로나 19 확진자가 13배 늘어나고, 피해국도 3배 이상 증가하면서, WHO는 공식적으로 바이러스의 전 세계 확산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팬데믹 선언 전까지 WHO는 확진자 증가 속도가 빠른 한국, 이탈리아, 이란 세 나라를 예의주시하였다. 특히, 한국은 3월 8일까지도 중국을 제외하고 확진자가 가장 많은 나라였기 때문에 많은 국가들이 앞다투어 한국인 또는 한국을 경유한 여행자에 대해 경쟁적으로 입국제한 조치를 발표하였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일본 정부는 3월 5일에 한국과 중국에서 일본으로 입국하는 사람들에 대해, 정부가 지정하는 장소에서 2주간 대기하고 국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말 것을 요청하는 입국제한 강화 조치를 발표하였다. 일본 정부의 발표를 접한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사전 협의도 없이 순수한 방역 목적으로 볼 수 없는 비우호적인 조치를 단행했다고 강력하게 항의하며, 다음날 바로 일본인에 대한 무비자 입국 금지, 이미 발급된 비자의 효력 정지, 특별입국절차 적용, 여행경보 2단계로 상향 등의 보복조치를 발표하였다. 일본이 이번 조치를 이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한다고 밝힌 반면, 한국은 종료 시한도 제시하지 않았다. 양국의 충돌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아베 총리가 입국제한 조치를 발표하기에 앞서서 이미 상세한 내용을 한국측에 알렸다고 반박하였고, 한국 정부는 전혀 들은 바가 없다며 일본 정부의 해명에 대해 재반박을 하면서 논란은 한일 양국 간 진실게임의 양상으로까지 번졌다. 언론에서는 작년 7월 일본의 수출규제로부터 촉발된 한일갈등이 새로운 라운드로 접어들었다며 앞다투어 보도하였다.

2. 거꾸로 가는 한일관계

이 시점에서 WHO의 팬데믹 선언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팬데믹은 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하는 현상을 말한다. 즉, 대다수의 사람들이 면역력을 갖고 있지 않은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WHO는 감염병의 위험 수준에 따라 1~6단계의 경보 단계를 설정하는데, 팬데믹은 이중 최고 단계인 6단계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팬데믹 선언이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방역체계나 행정절차의 변화를 필요로 한다는 뜻은 아니다. 팬데믹 선언 이전에 각국별로 이미 세부적인 이동 자제 권고 등이 발령되어 있기 때문에 실생활에서 우리가 느끼는 변화는 그리 크지 않다. 다만 팬데믹 선언은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한 지역감염이 시작되었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현재 우리나라도 유럽 등에서 입국한 사람들의 역유입 감염이 증가하고 있는 한편, 지역사회에서 정확한 경로를 알 수 없는 집단감염이 돌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현 단계에서 지역사회 감염의 확산을 막고 궁극적으로 코로나 19의 유행을 종식시키기 위해서 국가 간의 입국제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제한적이다. 그리고 이미 주요 발병지역들에 대해서는 입국제한 조치가 내려져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각국 간의 방역협력을 통해 지역사회 감염의 확산을 최대한 지연시키면서 백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일본 정부의 한국인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는 결코 합리적인 행동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감정적 맞대응 역시 방역효과 측면에서도 그렇고, 그것이 가져올 경제적 파장을 생각하면 결코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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