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타초경사(打草驚蛇) 수법
검찰의 타초경사(打草驚蛇) 수법
  • 이행도 기자
  • 승인 2019.09.17 08: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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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걸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국회의원
이종걸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국회의원

검찰이 조국 장관의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국 장관의 5촌 조카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이 인용되건 기각되건 수사는 기로에 들어섰다. 이제 온전히 ‘검찰총장의 시간’이 되었다.

검찰은 정경심 교수에 대한 소환조사 말고는 필요한 대부분을 확보했다. 인사청문회 전에 50여회에 달하는 전격적이고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통해 자료를 모았다. 게다가 정 교수와 가족이 사용했던 PC와 하드디스크도 전부 확보했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의혹 수사에서 서버를 통째로 확보한 것과 마찬가지의 ‘횡재’를 한 것이다.

‘조국 장관 관련 의혹 사건’ 혹은 ‘조국 장관 과거 언행불일치 사례’는 분식회계사건 등과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로 간단한 사건이다. 그렇지만 수사 인력은 대규모로 동원되었다. 핵심 관계자들을 소환조사했고, 신병도 확보했다. 하드디스크를 비롯한 중요한 자료도 모두 검찰 손에 있다.

검찰은 범죄가 있다면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사모펀드 투자 전에 펀드가 이후에 투자한 회사와 관련된 정보를 집중적으로 검색했다면, 블라인드 펀드로 계약했기 때문에 투자 회사를 알 수 없었다는 입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또한 검찰은 검색기록만 아니라 저장된 이메일 데이터, 삭제 기록 등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 조국 교수 가족은 몇 년 동안의 생활이 녹화된 CCTV 자료를 넘겨준 것이거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만약 며칠 안으로 검찰수사에 큰 진전이 없다면 검찰이 아주 무능한 것이거나, 아니면 사건의 실체가 별 게 없기 때문일 것이다. 기소와 재판까지 갈 것도 없이 ‘견적’이 나온다. ‘견적서’가 과당 청구되었다면, 견적서 작정 경위부터 따져봐야 한다.

냉정하게 말해서, 현재까지 검찰수사 성과는 대단히 실망스럽다. 중대 범죄이니까 수사인력이 대대적으로 동원된 것이 아니라, 정반대로 대대적인 수사를 하니까 중대 범죄겠지 하는 이미지를 심어준 것이다. 검찰은 그 많은 인력을 ‘국민정서’에 기대서 수사했다. 국민정서가 아니라 ‘법’을 적용했던 구속영장은 기각되었다.

정경심 교수의 행위는 범죄와 윤리의 영역에서 무엇에 해당되는지 밝혀진 것이 없다. 검찰이 정 교수가 개입했다고 혐의를 두고 있는 딸의 고교 때 단국대 논문을 노벨의학상 수상을 목표로 조작했다가 나라를 망신시킨 행위 쯤으로, 동양대학교의 흔한 봉사상 표창장을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좌우할 위조문서 급으로 부풀려서 과잉수사를 한 결과가 낳은 착시현상 때문이지, 어디까지가 범죄인지도 불분명하다. ‘진보 명망가’의 과거 언행불일치를 따지는 게 검찰의 임무는 아닌 것이다.

특히, 검찰이 정경심 교수가 홈PC의 하드디스크를 교체한 행동을 증거 인멸 시도로 몰고 가는 것은 ‘검언(檢言)유착’을 이용해서 고의적으로 의혹을 부풀리는 것이라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정 교수가 자신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생각하고, 하드디스크에 관련 증거가 있어서 이를 은폐하려는 행동을 한 것이라기엔 너무 엉성하다. 보도만 본다면, 정 교수의 행동만으로는 증거 은폐라기보다는 가족의 사생활과 연구자료 등의 데이터를 검찰에 노출시키기 싫었다고도 볼 수 있다.

첫째, HDD의 교체 및 보관을 부탁한 사람이 바로 정 교수의 개인 자산관리인, ‘또 그 사람’이다. 검찰의 중점수사 대상인 사람에게 부탁했고. 사용했던 HDD의 보관 장소도 압수수색 0순위인 자산관리사 근무 지점의 사금고였다. 조 장관의 홈PC는 전문가만이 열 수 있는 특수한 장비이고, HDD가 냉장고나 세탁기만한 크기인가? 증거 인멸이 목적이라면 스스로 하드를 빼내서 처리하면 된다. 하드를 교체하는 것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깃이다.

둘째, 하드디스크 내용의 삭제나 폐기가 아니라 보존을 요구했다. 이는 저장된 데이터를 중시했다는 의미이다. 홈PC를 그대로 압수당하면 작업하는 데 지장이 있고, 하드디스크를 카피해서 주자니 사생활 등과 관련된 데이터를 보여주기 싫어서 교체한 후 보관한 것이라고 설명될 수 있다. 검찰의 노골적인 적개감이 느껴지는 상황에서 검찰의 손에 하드가 통째로 넘어가서 개인의 모든 데이터가 구구절절 까발려지는 것이 얼마나 싫겠는가?

셋째, 정 교수 본인 명의의 카드로 새 하드 디스크를 구입하는 등 하드 교체를 비밀로 붙이겠다는 생각이 별로 안 보인다.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기엔 너무 정상적인 소비생활을 했다.

내가 보기엔 정 교수는 검찰의 타초경사(打草驚蛇) 수법에 당한 것이다. 타초경사란 풀을 두들겨서 뱀을 놀라게 한다는 뜻으로, 주변을 건드려서 움직이게 한 후 잡는 수법이다. 검찰의 과도한 공격 속에서는 죄가 있건 없건 자기 방어를 할 수밖에 없는데, 움직였다는 것을 문제삼아서 유죄의 심증으로 몰아가는 것은 좀 저차원적인 여론몰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 하드디스크를 압수 수색 등을 할 때의 지침인 ‘디지털 증거의 수집·분석 및 관리 규정’(대검찰청예규 제991호)의 제14조는 “디지털 증거의 압수·수색·검증은 수사에 필요한 범위에서 실시”한다고 되어 있다. 하드디스크에는 많은 데이터가 있다. ‘수사에 필요한 범위’라는 이유로 하드를 다 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피압수자 등의 참여가 불가피하지만, 정 교수나 대리인은 참여를 포기하였고 한다. 검찰은 실체적 진실을 판단할 수 있는 핵심 자료들을 다 확보했다. 며칠 안으로 일차적인 결론이 날 것이다. 검찰이 과잉 수사를 하고 있는지를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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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유경 2019-09-17 12:23:06
두고보겠습니다. 이 대단한 수사의 결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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