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 유공자 명단에 대한 터무니없는 정치적 음해를 바라보면서
5.18민주화 유공자 명단에 대한 터무니없는 정치적 음해를 바라보면서
  • 심형태 기자
  • 승인 2019.02.19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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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로 왜곡하는 극우들의 악의적인 반응은 대응할 필요가 없다.
이종걸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종걸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자한당 김진태 의원 등의 5.18민주화 유공자 명단에 대한 터무니없는 정치적 음해를 비판하는 글을 썼더니 과분한 관심을 받았다. 기사 댓글 등을 모니터해보니 ‘명단’과 관련된 여러 의문과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기본 사실관계 조차 혼동하거나 고의로 왜곡하는 극우들의 악의적인 반응은 대응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일반 국민의 시각에서 좀 더 명확한 설명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일부 국민들이 ‘명단 이슈’를 투명성 문제, 국민세금과 사회적 공정성 문제로 접근하고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5.18 관련 업무 책임자들은 “광주에서 멋대로 정하고 다 해먹는다”는 등의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 해명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2월 18일 오후 5시 현재 광주광역시나 보훈처에서 자료가 나온 것을 보지 못했다. 나는 5.18 전문가도 책임자도 아니다. 하지만 이 이슈가 쉽게 소멸될 것 같지도 않고 필요하다고 생각하기에 모자란 대로 다시 나선다. 이 글은 담당 부처나 민주당 차원의 공식적인 글을 대신할 수는 없는 개인 의견에 가깝다. 생산적 논의를 위해서 범위를 ‘명단 이슈’와 관련된 것으로 한정하고 댓글 등에서 제기된 의문에 대한 답변 형식으로 작성하였다. 진지한 반론도 대환영한다. 전문가, 책임자들이 나서서 더 정확하고 풍부한 후속 글들이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문> 이해찬 민주당 당대표처럼 5.18 광주 현장에서 없었던 사람들도 5.18 유공자가 될 수 있나?
<답> 있다. 5.18 유공자 지정 관련 법률은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하 5.18보상법)과 ‘5·18민주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이하 5.18예우법) 두 가지이다. 이 두 법은 법명(法名)은 물론 본문 어디에도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규정에서 지역적으로 ‘광주’와 전라남도로 한정하거나, 해당 기간을 1980년 5월 18일부터 언제까지라고 특정하지 않는다. 그 직접적인 이유는 그 당시에 전두환 등 쿠데타 세력이 서울에 있었고, 5.18 이전에 체포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해찬 당대표 등을 ‘김대중내란음모사건’을 조작해서 ‘광주폭동’을 사주·교사한 것으로 연결시켰기 때문이다. 쿠데타 세력은 ‘대학자금지원 - 학생선동 – 대중규합 - 민중봉기- 정부전복- 과도정부수립’이라는 ‘큰 그림’에 5.18과 ‘내란음모’를 끼어넣고 사법처리했기 때문에 5.18 광주민주화 운동 관련자들은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더 확대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5.18 광주와 내란음모 조작사건은 후자가 전자를 지휘·교사하지 않았을 뿐이지 내란음모 조작사건에 피소되었던 사람들 역시 5,18의 피해자이며 관련자이다.

<문> ‘김대중내란음모사건’은 후에 재심을 거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전두환 등이 억지로 5.18과 연결시켜서 ‘관련자’가 된 것이라면, 무죄 판결을 받았으니 5.18과 무관하다는 주장이 인정된 것이다. 따라서 ‘김대중내란음모사건’ 당사자들은 스스로 5.18 ‘관련자’에서 제외되도록 하고, 보상금 등은 반납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답> 그렇지 않다. 그런 지적은 ‘무죄’의 의미도 잘못 이해했고, 법에서 ‘주도자’만 보상을 주는 것으로 잘못 이해한 것이다. 무죄판결로 내란음모 조작사건의 관련자들은 5.18 주도자는 아님이 밝혀졌지만, 심각한 고문을 당하고 복역한 피해자라는 사정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 후유증은 죽을 것 같은 고문을 당하는 것이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죽을 수도 있는 현장보다는 덜 힘이 든다. 이해찬 대표가 현장에 있지도 않았는데 유공자가 되었다고 말한 것은 본인도 5.18과 관련해서 야만적인 고문을 당했지만 광주 현장에서 계엄군의 총칼에 목숨을 잃을 수 있었던 분들보다는 덜 위험했음에도 유공자가 된 것에 대한 복합적인 심경을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재심을 통해서 무죄 판결이 났으면 국가는 억울한 죄를 처벌한 것에 대한 형사보상을 해줘야 한다. 5.18보상법은 보상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동법 제 16조 등에 민사소송법 상의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간주하는 등 이중 보상 등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해놓았다.

<문> 이해찬, 설훈, 최경환 의원 등이 무슨 큰 부상을 당했다고 ‘5.18 보상법’에 의해서 보상을 받았나. 운동권 프리미엄을 누린 것은 아닌가?
<답> 그 분들은 계엄령 하에서 심한 고문을 당했다. 영구적인 신체 장애가 안 나타날 경우에도 고문과 그 트라우마는 인생을 망가뜨릴 수도 있고 당사자에게는 심리적·육체적으로 큰 상이’(傷痍)를, 가족에게는 상처를 남긴다. 그래서 법에서도 사망자, 부상자와는 별도로 ‘상이’를 그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다.

<문> 5.18 고문 피해자, 사건 조작 희생자 등은 ‘피해자’일수는 있지만 주도를 하고 의미 있는 기여를 한 ‘유공자’는 아니다. 이해찬 대표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도 그는 5.18 피해자이지 5.18 유공자는 아니다.
<답> 이런 질문 역시 법체계를 오해해서 생기는 의문이다.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5.18 유공자 지정 관련 법률은 5·18민주화운동보상을 결정하는 ‘5.18보상법’과 5・18희생자 민주화 유공자 예우를 결정하는 ‘5.18예우법’로 이중화되어 있다. 두 법안은 역할이 다르다. 5.18보상법에는 5.18 유공자라는 용어 자체가 없다.
‘유공자’가 되려면 ‘5.18보상법’의 대상이 된 사람들이 자동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보훈처가 관할하는 ‘5.18예우법’에 따라 별도로 신청을 하고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비단 5.18 관련만 ‘5·18민주유공자‘ 개념을 쓰는 것이 아니다. 국가보훈처에서는 희생하거나 공헌한 자를 구분하지 않고 개별 법률의 관련자 중에서 보훈처에 등록 심사를 통과한 분들은 모두 ‘유공자’로 명명한다. 그래서 보훈 예우의 대상이 되는 분들을 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 특수임무유공자, 참전유공자, 민주화유공자 등 ‘유공자’ 개념을 일괄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문> 5.18은 40여년 전에 일어났다. 그런데 대상자가 줄어들기는커녕 계속 늘고 있다. 관련자 선정 절차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답> 대상자가 늘고 있다면,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첫째, ‘5.18보상법’은 법 개정을 통해서 신청 기간을 계속 연장해왔다. 대상자 중에는 5.18 관련자가 되면 불이익을 받을까봐 고민하다가 늦게 신청을 결정한 분도 있을 것이다. 민주화된 지 언제인데 무슨 불이익이 생길 것이라고 여태까지 신고를 하지 않았냐고 한다면, ‘호남’의 피해의식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둘째, 재심을 통해 무죄확정 후 청구하는 경우 때문이다. 5ㆍ18민주화운동 관련자 중에서 무죄재판 등을 받고도 법적 지식이 부족하거나 고령을 이유로 신청까지 장기간이 소요된 경우가 있었다. 셋째, 과거 신청했다가 입증 부족 등으로 인정이 안 되었다가 국가기관의 자료가 추가로 공개되면서 인정이 되는 경우이다. 예를 들면, 2007년 7월, 국방부 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에서는 5.18 당시 상무대 영창 등에 강제구금·연행되었던 자의 명단을 조사 발표함으로써 과거 형사처벌까지는 받지 않아서 입증이 어려웠던 경우도 추가 지원이 가능한 것이다. 넷째, 80년 당시에는 심각해보지이 않았지만 폭행이나 사건 트라우마 등에 의해서 ‘상이’를 입은 것이 잠복해 있다가 후에 장애가 생기거나 당사자가 주변에 2차 피해를 준 경우도 있다.

<문> 그런 사례를 감안해도 인원증가가 많다.
<답> 정확한 사실관계는 보상심의위원회 관계자들만이 알 것이다. 앞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2007년 7월, 국방부 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에서는 5.18 당시 상무대 영창 등에 강제구금·연행명단을 발표하고서야 대상자가 늘었다는 것은 역으로 본다면 상무대 영창 구금 등의 사유로 신청했던 분들은 공식기록이 없다고 반려하는 등 심의위원회가 신청자에게 엄격한 근거를 요구했던 반증이라고 하겠다. 문제라고 주장하는 쪽에서 먼저 무엇이 문제인지를 입증해야 하는 것이지 단순히 인원 증가한 결과를 가지고 공격하는 것은 본말을 전도하는 것이다.

<문> 유공자 명단과 관련해서 기념공원 벽면 4296명, 보훈처 4407명(18년 8월), 광주광역시5807명(18년 12월) 등 들쭉날쭉한 것도 문제가 있다. 차이가 나는 숫자에 무엇인가 고의로 숨겨진 것은 아닌가?
<답> 오해다. 공원 측에 알아보았다. 이름이 새겨진 기념공원 벽면은 1999년에 준공되었고, 후에 한차례 더 공사를 해서 400명 정도 추가되었다고 한다, 1998년까지의 보상자 숫자는 4000여명 내외이고. 벽면에는 3900여명이 새겨진 것인데, 공사 발주 및 제작에 소요되는 기간을 고려하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리고 보훈처와 광주광역시의 숫자가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광주의 통계는 ‘5.18보상법’에 따른 것이고, 보훈처의 유공자 통계는 그 분들 중에서 ‘5.18예우법’에 따른 신청자를 심사해서 판단하기 때문이다. 보훈처에 신청을 안 한 분들도 있고, 신청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여러 기준을 가지고 반려된 경우도 있을 것이기에 5.18 유공자 숫자는 5.18 보상자 보다 당연히 적을 수밖에 없다.

<문> 왜 5.18민주화운동관련자보상심의위원회의 위원장이 광주시장이고, 그 운영을 광주시에서 주도하는가? 보상을 위해서 광주시 자체 예산이 아니라 국가재정이 들어가는 데 광주시가 이 업무를 주도한다면 애초부터 공정성 시비가 생길 수밖에 없다.
<답> 그런 질문은 광주는 물론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를 대단히 모욕하는 것이다. ‘5.18보상법’과 ‘5.18예우법’은 광주시의회가 아니라 국회에서 만들었고, 보상과 국가유공자 예우에 관한 다른 법률과 동일한 체계를 가지고 있다. 위원회 구성부터 세부적인 심사 기준과 절차까지 모두 타법들을 준용하였다. 문제 제기를 하려면 ‘5.18보상법’이 다른 유사 법령과 비교해서 어떤 문제들이 있는 것인지를 지적하는 것이 합당하다. 그리고 ‘유공자’가 되기 위해서는 광주가 아니라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국가보훈처 산하의 보훈심사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또 대상자의 대부분이 광주와 전남 거주자들이다. 만약 서울에 위원회가 설치되어서 업무를 진행한다면 수만 명의 시간 낭비와 비용 손실이 엄청날 것이고, 정반대로 광주에 중앙정부의 조직이 설치된다면 그에 따른 행정비용 낭비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다.
자연재해를 비롯해서 특정 지역과 관련이 깊은 대형 사안들은 기초 또는 광역단체가 주무를 담당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현행 법률을 가지고 위원회를 구성해서 심사하고, 또 유공자 등록을 위해서는 보훈처의 별도의 심사를 거쳐야 하는 일련의 ‘행정 처분’ 과정을 단지 광주에서 주도한다는 이유만으로 공정성 시비를 한다는 것은 대한민국 국가의 행정 처분을 불복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문> 어쨌거나 자발적인 명단 공개를 해서 논란과 의심을 종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답> 그런 요구는 틀렸고, 기대하는 효과를 전혀 거둘 수도 없다. 첫째, 현행법을 개정하기 전에는 일괄 공개는 실정법 위반이다. 대한민국 정부의 건국 이후 활동을 해서 유공자가 되고 예우를 받는 보훈대상에 대해서 정부가 일괄공개를 한 경우도 없다. 지난 2018년 12월 21일 서울행정법원은 5.18 명단공개 요구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위반된다고도 판결하였다. 둘째, 만약 법을 개정해서 5.18만 명단을 공개해도, 논의가 전혀 종식되지 않고 증폭된다. 명단에 포함된 사람이 진짜로 적합한 대상인지를 재론의 여지없이 입증하려면, 공적조서만이 아니라 진단서를 비롯해서 방대하고 세세한 개인 자료들이 공개되어야 한다. 터무니 없는 요구이다. 그리고 설사 공개되어도 진단서가 조작되었거나 과잉 진단한 것이라는 등 얼마든지 시비를 걸 수 있다.
셋째, 5.18민주화운동 보상자는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이다. 5800여명의 명단 중에서 99%는 누구인지도 모를 것이다. 궁예의 관심법은 사람을 대면해서 판단하기라도 하지만, 명단 공개를 요구하는 사람들은 생면부지의 사람을 도대체 무슨 재주로 적합한 대상인지를 판단하겠다는 것인가? 생때를 부리는 것이다. 넷째, 명단을 보고 그나마 일부라도 지인들을 찾을 수 있는 사람들은 광주 사람들일 것이다. 그러나 정말로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했고 얼마나 다쳤는지는 설사 아는 사람이라고 해도 알기가 어렵다. 그래서 이런 요구는 광주분열을 획책하는 정치적 암수가 숨어있는 것이다.
다섯째, 명단 중에서 유명 정치인 등이 무임승차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면, 별로 생산적이지가 않다. 정치인에게는 심재철 자한당 의원을 제외하곤 숨길 이유가 전혀 없는, 떳떳한 경력이다. 만약 정치인이 밝히지 않았다면 무임승차 논란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운동 경력 팔아서 정치한다”는 비판을 의식해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느끼는 것이 죄가 되는가? 겸손도 문제냐?

명단 공개를 계속 요구하는 김진태 의원은 공안 검사 출신이다. 그리고 검사로서는 이례적으로 검찰간부로 진실화해위원회에 2년 정도 파견근무를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법률가보다도 본인 주장이 얼마나 법리상으로는 억지이고 현실과도 거리가 있는지를 훨씬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태극기 부대를 선동해서 정치적 기반을 확대하고, 언론 등에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서 지역주의와 전쟁 이데올로기를 선동하는 ‘더러운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를 비롯한 자한당 의원 3인방은 반드시 퇴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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