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핀 장미의 계절에 만난 어르신을 생각하며~
활짝 핀 장미의 계절에 만난 어르신을 생각하며~
  • 박승혁 기자
  • 승인 2018.08.08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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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남,광주지방보훈청 보훈섬김이

담벼락에 장미꽃이 핀 봄이 되면, 처음 일을 시작한 지난 9년 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쳐갑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어르신들을 유독 좋아하고 따랐습니다. 이런 저를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 어르신들이 모두 예뻐해 주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보훈청에서 고령의 국가유공자를 위한 보훈섬김이를 채용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지인들과 바로 채용접수를 했던 가장 큰 이유입니다. 바라던 데로 보훈섬김이가 되었고 합격통지를 받았을 때의 기쁨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처음 뵈었던 어르신은 미망인 할머니이셨습니다. 할머니의 남편은 6.25전쟁에 참전하여 아들과 유복자 딸을 남긴 채 전쟁 중에 저 높은 곳으로 승천하고 말았답니다. 남편이 없는 와중에도 시댁어르신과 같이 생활을 하였다고 하셨습니다. 집안일부터 매일매일 밭으로 들로 다니며 일을 하던 시절이었는데, 너무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이라 아픈 딸을 두고도 일을 하느라 딸마저 먼저 보낸 일은 지금까지 가슴 아픈 일이라 말씀하셨습니다. 그 이야기에 할머니 손을 잡고 얼마나 많이 울었나 모르겠습니다. 그 이후 나라도 딸 노릇을 해드려야겠다는 다짐에 알뜰살뜰 매번 안부를 묻고 챙기며 내 부모같이 잘 지냈던 기억이 많이 납니다.

다른 한분은 애국지사님이셨습니다. 학교 다니던 시절 교과서에서만 보던 독립운동을 하셨다는 분이었는데, 그 어르신은 독립운동을 하셨던 분답게 괄괄한 성격에 대쪽 같은 성품을 지닌 분이었습니다. 목소리도 카랑카랑하시고 자신의 소신에 조금도 굽힘이 없으셔 힘들 때도 있었지만, 자신의 아내에 대해서는 항상 사랑으로 다가서는 분이셨습니다. 젊은 날 자신을 위해 고생했던 아내를 위해 옆에서 수발하며 이것저것 챙기시는 어르신을 보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노력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에게 무척 잘해주셨던 또 다른 어르신 한 분도 계셨습니다. 어르신 안녕하세요하고 들어가면 항상 다정다감한 목소리로 기다리고 계셨다 하시면서, 호박전이며 차를 준비해 놓으셨다가 주셨던 분이 계셨습니다. 본인도 젊은 시절 이런저런 일을 많이 하셨다면서, 저를 보면 그때 자신이 생각 나셨나 봅니다. 어르신 댁 청소나 빨래 등 일을 하고 있으면 매번 식사는 했는지 힘들지는 않은지 물어보시며, 이것저것 맛있는 것을 챙겨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이웃 부녀회에서 놀러 오시면 제가 다녀가면서 건강도 챙겨주고 자신의 집도 깨끗해졌다고 자랑하시고, 다른 분들도 칭찬을 해주시면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보람과 긍지도 느껴지고 하였습니다. 또한 정신적으로 많이 안정되었다는 말씀에는 내가 현장에서 더욱 열심히 어르신들을 보살펴야겠다는 책임감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어르신들은 각자의 삶에 따라 많이들 다르시지만 모두에게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부지런하시고 절약이 몸에 배어 있으시다는 겁니다. 지금의 생활여건과는 상관없이 물, 전기는 물론이고 일회용봉투를 하나하나 말려쓰기도 하시고 고무장갑을 본드로 붙여 다시 쓰시는 것은 기본입니다. 지금의 풍족한 환경에도 하나 하나 아끼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에 많은 것을 배웁니다.

지금도 12명의 어르신 댁을 찾아뵙고 가사일 등을 돕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위해 젊음을 바치신 어르신 한 분 한 분이 너무 귀중하고 소중하며 우리가 보살펴야할 어르신들이라 생각합니다. '날마다 눈을뜨면 어르신들께 더 잘해드리자'라고 다짐하면서 찾아뵙고 있습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약한 자를 위로하고 도와주는 것을 기억하면서 어르신들의 행복한 하루하루의 생활을 기약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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