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삶속에 녹아들어가는 연주회 열 것”
“시민들 삶속에 녹아들어가는 연주회 열 것”
  • WBC복지뉴스
  • 승인 2014.01.14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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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립교향악단 이현세 상임지휘자

음악적 역량 발휘, 단원들과 소통
바이올리니스트서 지휘자로 전향

지휘자 문제로 몸살을 앓았던 광주시립교향악단이 새로운 수장을 맞았다. 지난 7일 위촉장을 받은 이현세(54·대구 가톨릭대 교수) 상임지휘자를 9일 광주시향 지휘자실에서 만났다. 서울 출신인 그는 미국에서 바이올린, 지휘과 교수를 역임한 후 대구시향, 경북도립교향악단, 포항시립교향악단을 거쳐 이번에 광주시향을 맡게 됐다. 아무 연고가 없는 광주와 맺게 된 새로운 인연에 대해 그는 기대가 많다고 했다. 나즈막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건네는 그에게는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우연찮게도 그가 2012년 포항시향을 맡게 될 때 상황이 광주시향의 상황과 유사했다. 또 포항시항과의 계약을 7개월 남겨둔 시점에서 광주행을 택한 탓에 부담도 컸다.

“약속을 어기는 문제여서 광주시의 제안을 받고 생각이 많았다. 5년전 광주시향을 객원지휘했던 적이 있는데 그 때 연주가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광주를 예향이라고 하지 않나. 문화의 중심이 되는 도시에서 새로운 꿈을 펼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리 저리 말해도 결국은 이기적인 마음, 개인 욕심에 따른 선택이다. 포항 시향 단원들에게는 평생 안고 가야할 빚이다.”

그는 단원들과의 공감과 소통을 강조했다.

“음악은 기술과 기교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물론 테크닉이 바탕이 되어야하겠지만 무엇보다 마음의 감정을 표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진솔한 표현은 마음을 닫으면 나올 수 없다. 그런 연주는 청중이 금방 알아본다. 서로 마음을 열어가는 게 중요하다. 교향악단은 살아있는 생물이다. 공산품처럼 부속품에 문제가 있다고 갈아 끼울 수 없다. 상처가 나면 그 상처가 아물 때까지 기다리는 게 필요하다. 지휘자가 음악적 역량을 발휘해서 이끄는 게 우선되어야함은 물론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단원들과 서로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

이 지휘자는 상반기 연주 일정을 확정했다. 광주시향의 특징을 파악해 가면서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줄일 수 있는 레퍼토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광주시향은 광주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단체다. 지역 문화를 풍성하게 하는 데 힘을 쏟는 건 당연하다. 시향 단원들이 봉급도 적고 근무 조건도 열악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선택받은 것도 사실이다. 정기 연주회 뿐 아니라 사람들의 삶속에 녹아들어가는 연주회를 통해 시민들에게 다가가겠다. 소외계층, 어린이, 청소년들을 위한 이벤트도 구상중이다. 아랫 세대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클래식의 미래는 없다.”

취임 연주회는 2월 14일이다. 엘가의 ‘수수께기 변주곡’을 메인 곡으로 잡았다.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는 시벨리우스 협주곡을 협연한다.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은 서울 예술의 전당이 주최하는 교향악 축제 참가다. 광주시향은 지난 2008년 이후 6년 동안 축제에 참가하지 않았었다. 드보르작 ‘교향곡 8번’을 연주하며 서울 공연(4월14일) 전 광주에서 똑같은 레퍼토리로 시민들을 만난다.

다양한 협연자도 눈에 띈다. 미국 대학에서 이 지휘자와 함께 교수로 재직했던 이스라엘 피아니스트 아비람 라이 케르트(서울대 교수)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을 협연하며 첼리스트 김민지도 시향과 호흡을 맞춘다.

이 지휘자는 바이올리니스트에서 지휘자로 전향한 케이스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바이올린을 시작한 그는 미국 이스턴 일리노이 주립대학 바이올린 교수 시절 손가락 신경에 문제가 생기면서 바이올린을 접어야했고 본격적으로 지휘 공부를 시작했다.

그의 든든한 파트너는 바이올리니스트인 아내 이승희(53)씨다. 서울대 1년 후배인 이승희씨는 한양대에 출강하며 미국 미시간 랜싱심포니 악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아직 둘 다 철이안들어서 서로 돌봐줘야하는 사이”라 아이는 없다. 건축과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그는 요리하는 것도 좋아한다.

“다른 모든 게 그렇지만 음악은 누가 시켜서 하면 재미가 없다. 단원들이 능동적으로 연주할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음악적 아이디어를 내고 단원들의 영감이 연주에서 지속적으로 발현될 수 있도록 이끄는 게 지휘자의 역할이다. 단원들 역시 책임감을 키우는 게 필요하다. 임기 안에 너무 많은 것을 이루려고 하면 무리수가 따르기 마련이다. 단원들이 수동적이 아니라 각자 주인이 돼 연주하는 분위기를 만들겠다. 그 길로 가는 문을 활짝 열어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저 쪽에 그 문이 있다고 알려주는 역할만이라도 하고 싶다. 오케스트라에서 중요한 건 앙상블이고, 그 앙상블의 핵심은 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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